2280미터 시나이산에서 본 일출... 2012, 01, 08

2018. 1. 29. 21:23이집트

1600미터 산 중턱의 추위는 정말 심했다.
밤새 난방을 틀고도 담요위에 방한복을 더 덮고서 잠이 들었다.
예정대로 새벽 1시 반에 문을 두들긴다. 추위에 떨다 잠들었지만 3시간이나 잤다.
 
내복까지 껴입은 중무장 차림으로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장소로 나왔다.
 간단히 고양이 세수만 했을뿐 화장 할 엄두도 못 낸체...

버스로 30분을 달려 시나이산 입구에 도착했다.
영하 4도라는데 이곳은 습도가 낮아 한국보다 더 한 추위를 느낀다고 한다.
 
낙타의 인분 냄새가 코를 찌른다.


길잡이를 해 줄 이집트 남자가 사진을 부탁하더니
익살스런 표정을 지어 보이며, 추위와 빡센 산행에의 긴장을 풀어준다.
 
올라가는 내내 끌어주고, 밀어주느라 많이 애써 준 사나이다.


손 전등을 준비하지 않았는데 음력 14일 인, 보름 하루前이라 밝은 달이 길을 훤히 비춰준다.

사막의 배, 교통 수단이라는 낙타가 대기하고 있었지만 추운 날은 타지 않는게 좋을듯 하다. 
 
낙타 등에 앉아 가는것이 걷는것보다 훨씬 더 춥다고 하니까...
 

산행을 시작한지 2시간...

원주민이 운영하는 첫번째 카페테리아가 보인다.

 
이 곳까지는 생각보다 무난한 코스여서 쳐짐없이 다들 잘들 올라 왔다.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꽂아 놓은 명함이 즐비... 
 
이 카페를 벗어나면서부터는 600여개의 돌계단으로 오르는 난코스이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돌계단을 오르는건 정말 쉽지않았다.
달이 구름에 숨어버려 깜깜한데다 바람은 강하고 매서워 날아갈듯 했다.
돌계단은 무척 가파랐고 취중 등정하는것처럼 어지럽고 구토가 났다. 
워낙 높은 산이라 산소가 부족해 오는 고산증이라고 한다.

 
드디어, 등정을 시작한지 3시간만에 두번째 카페가 보이는곳, 정상 가까이 까지 왔다.
 
예약되어 있는 5번 카페에 들어가 몸을 녹이며 해가 뜨기를 기다린다. 


카페 주인 인, 원주민의 미소도 얼은듯 하다. 웬지 언짢은 표정이다.
 
올라오기전,

초코파이로 요기를 했지만 이곳에서 컵라면과 커피로 허기진 몸을 녹이니 천국이 따로 없다.

 좋아하지 않는
초코파이와 컵라면 맛이 그렇게 좋을수가 없었다.
 
30여분쯤 지나자 새벽 여명이 주위를 서서히 밝히기 시작한다.


2.280미터의 높은 산에서 보는 일출...
나에겐 감격적인 색다른 체험과 풍경으로 다가 왔다.
 
어떤이는 하느님의 영상이 보였다고 했으며, 어떤이는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다고 했다.
 
이곳은 정말 하느님이 계신 거룩한 장소일까... 의구심이 들어 머리를 흔들어 본다.


산 정상의, 모세 기념 성당
 
 
시나이 반도가
인류 역사 안에서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1220- 1260년 사이에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이집트를 탈출하면서 구원 역사의 핵심 장소로 시나이 산이 선택된다.
 
파라오의 딸에게서 자란 모세는
어느 날, 이집트인이 히브리인을 때리는것을 보고 그 이집트인을 죽이게 된다.
이 일이 탄로나자 모세는 미디안의 광야로 피신해 간다.
 
모세는 광야에서 치포라와 결혼하고 양떼를 치는 장인 이트로의 집안에서 처가살이를 한다.
 
모세는 양 떼를 몰고 광야를 지나 호렙[시나이]으로 갔다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는다.
 
불꽃 가운데서도 타지 않는 떨기나무 가운데서 신비로이 나타난 야훼께서는
모세에게 이집트 땅에서 울부짖는 이스라엘 백성을 데리고
젖과 꿀이 흐르는 가나안 땅으로 갈 것을 명한다(출애 3,1-12).
 
모세는 야훼의 인도로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고 홍해를 건너, 약속한 가나안 땅으로 가면서 시나이 산에 머문다.
 

이곳에서

모세가 하느님으로부터 십계명을 받게 되는 장소가 되는데, 기념 성당이 세워져 있다.


각국의 순례객들...


모세 기념 성당의 종탑

 






산정상에서 보는 풍경들..........


새벽 여명이 밝아 30분이 지나도 해가 보이지 않는다.
 
시나이 반도는 이집트에선 제법 비가 내리는 곳이라고 하며
겨울철이 雨氣라고 하더니 구름이 해를 가리고 비켜주질 않는다.



 다시 와 볼수없는 아쉬움에 몇 컷의 사진을 더 찍고 하산 할 준비를 한다.
나무 하나 없는 척박하고 메마른 산에 꼬불꼬불한 길이 실처럼 보인다.


드디어 뜨기 싫은 눈을 들어 구름 사이로 해가 보여지기 시작한다.
못 볼줄 알았던 시나이산의 일출이 시작되고 있었다.
 

감격에 겨운 각국의 언어로 탄성이 터졋다.

 
눈물을 글썽이며 찬양노래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나이 산에서 본 일출...
 
이 벅찬 감격을 내 일생에 또 볼수 있을까...
 보이는 자체가 그림 인, 이곳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일출, 일몰은 수도 없이 보았지만
일출, 일몰은 정말 자연이 주는 가장 큰 아름다움이 아닌가 한다.
 
 시나이 산에서의 일출은 특별하지만...

너무 추웠던 날 시나이 산에서.........


해가 뜨면서 보이기 시작한 정상의 카페들... 

순례객들이 하산하면 즉시 문을 닫는다.

 잠도 제대로 못자고

 초췌모드로 오른 보람을 안고 햇살에 시시각각 변하는 산 색깔을 보며 하산을 한다.


산 봉우리들마다 해 그림자가
붉게 색칠을 하고 있다...